[News][언론보도] 중앙일보(시론) 얼굴 인식 인공지능, 실종 아동 찾는 ‘희망의 끈’ 되길(2021.05.25.)

2021-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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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5월의 끝자락이 되면 더욱 가슴이 미어지는 이들이 있다. 사랑하는 자녀의 행방을 찾는 실종 아동 부모들이다. 매년 5월 25일은 ‘세계 실종 아동의 날’이다. 1979년 미국 뉴욕에서 6세 아동(Etan Patz)이 등교하다 실종된 사건을 계기로 제정돼 지구촌으로 확대됐다. 한국도 2007년부터 동참해 올해로 15회째를 맞았다.

그보다 앞서 2005년 우리나라는 ‘실종 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실종 아동법)을 제정했다. 2013년 개정 법률에서는 실종 아동의 범위를 실종 당시 기준으로 14세 미만에서 18세 미만으로 확대했다. 보호 대상도 18세 미만 아동과 치매 환자와 지적장애인으로 넓어졌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연평균 2만여 건의 실종 아동 신고가 접수된다. 이들 중 대부분은 실종 신고 1시간여 만에 부모의 품으로 돌아간다. 특히 만 8세 이하 미취학 아동은 십중팔구 3시간 이내에 발견된다.

하지만 3시간이 지나면 발견 횟수가 급감하고, 6시간 이후부터는 발견 건수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가출 등이 영향을 주는 9세 이상 아동 및 청소년은 발견 소요 시간이 미취학 아동보다 고루 분포하다 이틀 뒤부터 눈에 띄게 줄어든다. 바꿔 말하면 미취학 아동은 6시간, 청소년은 48시간이라는 골든타임을 넘기면 실종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실종 기간이 1년 이상인 18세 미만 아동은 장기 실종 아동으로 분류된다. 장기 실종 아동 찾기에는 2012년부터 시작된 사전등록제도가 이용되고 있다. 실종 아동의 수색과 조기 발견을 위해 18세 미만 아동의 사진과 지문 등을 경찰에 등록하는 시스템이다. 400만 명 넘게 등록된 사전등록제와 유전자 분석 등은 실종 아동의 미발견 건수를 낮추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장기 실종 아동은 꾸준히 한 자릿수를 유지하다 지난해 161명으로 급증했다. 그만큼 사전등록뿐 아니라 빠르고 효과적인 사후 대응이 절실하다는 의미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2018년부터 실종 아동 찾기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하는 연구를 해오고 있다. 실종자의 인상착의를 바탕으로 주변 CCTV와 지자체 통합관제 시스템, 경찰청 실종아동찾기센터 정보를 종합적으로 연결하고 인식하는 복합인지 기술이다. 이를 통해 골든타임 이내에 더 빠르고 정확하게 위치를 추적하고 이동 경로를 예측할 수 있다. 첨단의 AI 기술을 이용해 원거리나 어두운 화면, 마스크 등으로 얼굴 일부분만 촬영된 상황에서도 신원 확인 속도와 정확도를 향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얼굴 나이 변환 기술’의 고도화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이 기술은 사진 속 얼굴 이미지를 나이에 맞게 변환할 수 있는 3D 몽타주 시스템이다. 점·흉터 등 고유 특성은 살리면서 주름이나 피부 노화 같은 연령대별 특징을 적용해 만 5세부터 80세까지 얼굴 변화를 추정할 수 있다.

경찰청은 이 기술을 2016년부터 장기 실종 아동 찾기와 범죄 수사에 공식적으로 도입해 큰 성과를 거뒀다. 예컨대 열두 살 때 가족과 생이별한 사람이 38년 만에 가족을 찾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KIST는 데이터베이스가 부족했던 만 5세 미만 어린이의 얼굴 변환과 가족 간의 유전적 영향까지 고려해 유사도를 더 높이기 위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종 아동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증발’을 보며 가족들이 겪는 엄청난 고통에 가슴이 아팠다. KIST가 개발해 시험 적용 중인 얼굴 인식 AI 기술이 짧게는 1년, 길게는 수십 년까지 장기 실종 아동을 찾아 헤매는 가족들에게 희망의 끈이 되길 바란다.

김익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AI 로봇연구소 소장